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있다면 여의도에는 최재천의 여의도일기가 있고 톈산 아래는 기쁨자의 깻잎일기가 있다.
기억할랑가 모르겠지만 식당 방 한 켠에 막 자라기 시작한 깻잎을 지난 4월에 소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조그만 깻잎이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렇게 무성하게 잘 자랐다.
어린 모종이었을 때는 화분에 따라 깻잎 크기가 다르더니 지금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처음엔 아침에 수돗물을 받아 화분에 흠뻑 주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턴가 저녁쯤에 잎이 시들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나 싶어 걱정 하다 물을 다시 뿌려 주니 생생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 저녁 두 번씩 물을 주고 있다.
저 깻잎 저렇게 보여도 그냥 자란 게 아니다. 기쁨자의 농심에 마눌님과 꼬맹이가 질투까지 했었다.
계란껍질과 노란자를 화분 속에 넣어 주고 시간 나는 대로 흙을 북돋아 주니 식구들 보기가 거시기 했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지렁이까지 잡아 화분 속에 넣어 주다보니 사람이 깻잎 보다 관심을 덜 받는다나 뭐래나.(오래살다보니 마눌님 질투도 본다ㅎㅎ)
그런데 한 번은 정말 큰 일 날 뻔한 적이 있다.
어느 평온한 휴일 아침, 깻잎을 손보고 있는데 열려 있던 창문이 갑작스레 떨어지더니 화분을 두 쪽으로 갈라 버리는 게 아닌가. 그것도 칼로 무 썰 듯 싹둑. 상황을 보니 마치 단두대 칼날 같은 유리창 틀이 기쁨자만 간신히 비켜 간 것이다. 후~휴.
그러니까 그날 그동안 받은 톈산 정기가 없었거나 톈산 관할 텡그리신의 관심 밖이었다면 농심으로 넘친 농사꾼은 무사치 못했을 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