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나이 너거들 언젠가 은퇴 후 가정에서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를 생각해들 봤는감?
결혼했을 처음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쭈~욱 마눌 님에게만 주방을 맡길 생각들이신가?
그야 인역 맘이고 지극히 사적 문제라서 뭐라고 말하긴 그렇다. 하지만 부부 생활에도 때론 변화가 필요할 것 같긴 하거든.
뭐 더 이상 이바구 고만하고 오늘은 기쁨자의 요리 솜씨를 소개한다. 이름도 그럴듯한 ‘붉은 노을 톈산 수프’
포스팅한 사진을 보자마자 감자탕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텐데 고추장 국물이 이곳 저녁노을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길게 이름을 붙였다. 스토리텔링이 뭐 별건가^^.
중간에 톈산이 붙은 이유야 말 안 해도 알 텐데 긴 이름 참지 못하거나 영어 알레르기 있는 너거들은 그냥 붉은 노을 감자탕이라거나 아님 노을탕이라 불러도 괘안타.
이건 순전히 기쁨자가 이번 여름 인터넷에서 컨닝하고 이것 저것 혼자 터득해 만든 요리다.
마눌님도 가고 딸아이도 가고.. 혼자 알마티에 외롭게 남아 생존 투쟁에서 얻은 자랑스러운 업적 되시겠다.
기실 이런 별미 요리는 며느리한테도 가르쳐 줘서는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식사를 마눌님한테만 의존하려는 간 큰 마초들이나 어느 날 마눌님을 감동시키려는 기특한 너거들을 어이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하여 오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는 말씀이다.
혹 노파심에서 하는 말씀인데 맛에 대한 의심은 요리사에 대한 비례요 불경죄까지 거론될 수 있겠다. 두 번에 걸친 외부인 시식에서 모두 감동들 먹은 표정들이었다^^.
물론 평가가 기쁨자 주관이라는 게 쪼매 걸리긴 하지만 카자흐인, 우즈벡인, 한국인 모두가 “하라쇼”라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었다. 물론 안 그랬으면 먹다가 쫓겨났을 지도 모른다ㅎㅎ.
-레시피-
벗긴 큰 감자 2개를 큼지막하게 썰어 물에 씻은 후 냄비에 삶는다.
이때 물은 감자 높이만큼만 넣을 것. 그 이유? 빨리 익는 장점이 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멸치를 손으로 잘게 잘라 넣는다. 감자가 커 한참을 더 삶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멸치 맛이 우러난다.
일등품 돼지고기를 조금 크게 썰어 넣는다. 도시 식으로 잘게 썰면 이 요리의 포인트를 놓친 셈이다. 쇠고기를 넣어도 되지만 맛은 장담 못한다.
양파를 2개 썰어 넣는다. 양파 썰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눈과 양파는 최대한 거리를 멀리 둘 것.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눈앞을 가려 갑자기 요리에 회의가 들 수 있다.
다음은 순창 고추장 한 숟가락을 떠서 냄비에 넣어 잘 저어준다.
이때 마늘쪽 2~3개를 다져서 넣고, 빨간 고추도 썰어 넣고 마른 새우(두절새우)도 넣는다.
감자가 익을 때 쯤 마지막으로 파를 듬뿍 넣고 참치액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요리 중 가장 힘든 부분이 간을 맞추는 것인데 짠 것 보다는 약간 싱거운 편이 낫다. 소금 뿌려 먹으면 되거든.
특히 참치액이나 간장을 냄비에 따를 때는 긴 머리 소녀가 징검다리 건너듯 조심 또 조심해서 따라야 한다. 간장을 너무 따른 후 물을 계속 붇다 보면 한 냄비가 어느새 두 냄비로 변한다ㅠㅠ.
또 주의해야 할 것. 이건 요리의 철학되시겠다.
"절대로 음식 양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두 끼를 먹으면 맛이 반감되잖아.하여 게으른 놈 짐 많이 진다는 새 버전을 기쁨자가 엄숙히 공표하고자 한다.
“게으른 마눌(서방) 음식 많이 한다”
*오늘 요리는 돼지고기가 하필 떨어져 쇠고기로 대신 했다. 화분에서 키운 깻잎을 썰어서 마지막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