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의 마지막 밤도 아니고 5월의 마지막 밤.
잠을 자다 새벽녘에 침대가 흔들려 깼다. 기분이 아주 안 좋은 느낌의 흔들림. 시간을 보니 03시 23분
또 지진? 제일 먼저 할 일 이라는 게 대피를 한다...거나
가 아닌 컴퓨터 파워 스위치를 켜는 일이다.
대부분 지진이라는 게 몇 십초로 끝난다 하니 흔들린 순간 대피한다고 해 봤자소란만 떨 뿐이고 그저 후속 여진이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
갈무리 해놓은 미 지질조사국 사이트에 들어가니 아직 정보가 뜨지 않았다. 외신이라고 나올리 없다. 창밖 역시 조용하다. 예민한 사람들이 잠을 깼는지 다른 때보다 주위 아파트 불빛이 더 많은 것 같다.
조금 있다 나온 자료를 보니 03시 20분 57초 기쁨자가 있는 알마티에서 148키로 떨어진 곳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했단다. 간단하게 기사 송고.
#지난해 5월 1일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는데 식탁이 움직인다. 그렇게 많이 흔들린 것이 처음이었다.
그 이후에도 낮에만 두 차례 더 진동을 느꼈는데 밤 10시쯤 총영사관측에서 전화다. 지진 가능성이 있으니 집밖으로 대피하라는.
지진 예보는 아직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겠는가. 딱 100년 전 지진으로 알마티가 완전 쑥밭이 되었고 지진이 100년 주기로 발생한다고 그 해 벽두부터 소문이 돌았었다.
차에 가족을 태우고 건물이 없는 인근 공원 근처에 가니 일부 현지인들이 벌써 피난을 나와 있다. 진 풍경이다. 기사 거리 앞에서 가만있을 기자가 어디 있겠는가. 취재를 하고서 기사 송고를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니 딸아이가 반대한다.
집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다들 도망 나왔는데 왜 들어가려 하느냐고. 그래도 말이 먹힐 것 같지 않자 나중에는 아빠가 죽으면 누가 알아주겠냐는 거다.
아이구,참. 기자는 누가 알아줘서가 아니라 기사를 보내야 하는 직업이란다. 안 보내면 사람들이 모르잖아. 그리고 아빠가 집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지진이 안날 거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이 차는 이미 아파트가 무너져도 안심할 만한 곳에 다다랐다.
그때 마눌님을 보아하니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듯 묵언 수행^^.
아무튼 그날 밤 무사히 넘어갔다. 또한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지진으로 인한 땅 흔들림의 느낌은 이상하리 만치 기분이 거시기한 것만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큰 지진이 없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