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졸업식 날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로부터 반지를 선물 받았다. 순도 99.9프로의 금반지였다.
뜻밖의 반지를 선물받은 것은 홍릉의 어느 중국집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복잡한 안암동을 피해 자취하던 집쪽으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반지가 말랑 말랑했다. 조금 힘주어 누르면 형이 변했다. 감촉도 괜찮았다.
그렇게 끼고 있던 반지를 결혼식장에 들어가면서 급히 빼 누군가에게 맡겼다. 식중의 반지 교환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반지는 딱딱했다. 눌러도 들어가지 않고 원형을 유지했다. 얼마 있다 곧 벗어던졌다. 시계 역시 거추장스러워 삐삐로 시간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따금 어머니가 준 금반지가 생각이 났다. 행방이 묘연했다. 마눌님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그 반지가, 그 말랑한 금반지가 얼마 전 내 손에 돌아왔다!!!
20여년전 어머니가 주셨던 바로 그 말랑한 금반지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다시 알마티에 돌아온 뒤 1주일쯤 뒤늦게 따라 온 마눌님이 바로 그 금반지를 찾아온 것이다. 아!뎡뎌듕성!
앞서 입관식을 하던 날 그 울음바다 속에서 어머니 머리카락을 장례사들에 잘라달라고 부탁해 옷 속에 넣어 두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져 버렸다. 바로 그런 상황이 벌여졌었다.
시방 기쁨자의 왼손 약지에는 말랑한 금반지가 끼어 있다. 말랑 말랑 블로그를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또한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것이다.
금반지는 이렇게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사랑의 징표가 됐고 아들이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상징물이 됐다.
오늘 밤 어머니가, 특파원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뵐 수 없는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아니 얼마 전의 일들이 마치 꿈속에서 벌어진 것 같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정말 꿈에서라도 어머니를 만났으면 좋겠다.
#어느 친구의 편지
오늘 블로그에 들어 가 보았다.
요즈음 한 겨울 추위가 너무 심한 것 같아 다들 몸과 마음이 두터운 얼음처럼 얼어 버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것이 어떤 때는 다 부질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매미처럼 긴 흐름의 한 부분 같기도 하고
사실 세월만 지나 가고 노쇠할 뿐 우리는 어린 아이와 다름 없음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머니의 일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우리 앞에 현실적으로 존재할 때는 영원히 우리와 같이 할 것 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보거나 들을 수 없을 때 항상 아쉬워 한다는 것을.....
더불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미리 가신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나온 것은 한 순간 같고 앞으로의 것은 매 순간 순간 긴 터널 같은 느낌이 드는 데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그 때 생각해 보니 서울에 자식들 자취한다고 부모님 두분 다 한번 올라 오신적 있는 것 같은데
항상 웃으시는 모습이 아직도 또렷한 현실과 같다.
자식과 같이 살아 오시면서 수많은 애환과 고민,고통 그리고 즐거운 나날을 보낸 다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과 그 어떤 차이도 없겠지.
늦게나마 어머니의 부음에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