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얼마전 영화 '해운대'를 인터넷을 통해 불법 유통한 네티즌을 꼭 잡아내겠다고 나섰다.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 올 여름 한국영화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해외 수출까지 앞둔 해운대의 가치를 생각하면 박수를 쳐 줄 일이다.
한 달여 전 미국과 일본의 음란물 제작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음란물(포르노 수준)을 불법 유통한 한국 네티즌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고소했다.
'음란물에 무슨 저작권이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들 업체의 음란물은 엄연히 자국에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는 '예술 작품'.
한국 검찰 역시 국내에선 유통이 금지된 음란물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은 상호주의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다만 피고소인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검사들이 잘 쓰는 말로 '일응'(일단이란 뜻의 일본말)의 수사기준을 제시했다.
3회 이상 음란물을 인터넷으로 유통한 네티즌만을 수사하겠다는 것. 3회 이상이란 유통한 음란물이 3편 이상이라는 뜻.
즉 같은 음란물 1~2 편을 수십번 유통했다면 운이 좋게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됐다.(왜 하필 4,5회가 아닌 3회 인지는 검찰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의문이 든다.
해운대를 불법 유통한 네티즌을 잡아봐야 알겠지만 그가 해운대 뿐 아니라 다른 영화 수편을 함께 유통했다면 모르겠으되 해운대 1편 뿐이라면 그는 운이 좋게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검찰의 음란물 수사 기준이라면 해운대 '1편'만 수십번 유통한 네티즌은 3회 이상 이라는 기준에 미달,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운대와 쌩포르노를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예상되지만 검찰의 수사권이 이렇게 기준을 사안마다 달리하며 '일응'의 방식으로 행사되는 것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이런 범죄 행위에 수사권을 행사하는 이유가 국제적으로 보편 타당한 권리인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그저 최고 히트작인 한국영화 해운대를 보디가드 하려는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해운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지 않은 영화였다면....
어느 미국 네티즌이 한국 영화를 p2p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팔아먹었는데 미국 검찰이 '3편이 안된다'는 이유로 수사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궁금하다..
(해운대와 해당 음란물의 작품성을 근거로 수사기관의 저작권 보호의 차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본인은 두 쪽 모두 보지 않은 바 어느 쪽의 작품성이 뛰어난 지는 도저히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