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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세상]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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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2010.03.13 14:41:26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직함 뒤에는 '각하(閣下)'라는 경칭이 붙었다.
본인이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 역대 대통령 중에는 박 전 대통령 외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직함 뒤에도 각하 호칭이 붙었고 다소 의외지만 문민정부 지도자를 자임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각하라는 경칭이 사용됐다.
대통령에게 각하 호칭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각하라는 호칭의 유래는 중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품계의 높낮이에 따라 사용하는 건물에 다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위로부터 전(殿)-당(堂)-합(閤)-각(閣)-재(齋)-헌(軒)-루(樓)-정(亭)의 순이다.
전(殿)은 왕과 왕비의 거처이며 당은 왕의 자녀가 머무는 곳이다.
당상관, 그러니까 정3품 이상의 벼슬에 오른 관리들도 당(堂)에서 국사를 논의했다.
합(閤은 서열이 높은 왕족, 각은 왕실 가족이나 고급 관리의 거처 또는 집무실에 붙는 이름이다.
다음 지위의 관리 집무실에는 재(齋), 공무용 건물에는 헌(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樓)와 정(亭)은 그 후순위다.

왕을 '전하(殿下)'라고 한 것은 왕의 거처인 전(殿)의 아래서 뵙기를 청한다는 의미다.
폐하(陛下)는 황제에게 붙이는 호칭으로, 폐(陛)는 황실 앞에 놓인 계단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몽고의 원(元)에 굴복한 고려 충렬왕 이전까지는 폐하 호칭을 쓰다가 굴욕스럽게도 전하로 격하됐다. 
자주국가인 황제국에서 황제국의 간섭을 받는 왕국 또는 제후국으로 밀려난 것이다. 
조선 고종(위 사진)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국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황제로 칭함에 따라 폐하라는 호칭이 일시 사용되기도 했다.

글머리에서 제기한 의문이 풀렸으리라 본다.
대통령이란 호칭 뒤에 각하를 붙이는 것은 본의던 아니던 대통령의 격을 낮추는 셈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전에는 장관, 장군, 도지사에게 두루 각하라는 경칭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박정희 씨가 정권을 잡은 이후 대통령의 직함 뒤에만 '각하'가 붙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히 대통령을 높이는 극존칭처럼 된 것이다.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임 전두환 씨와 달리 각하라는 호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다시 그 호칭이 살아났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각하는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면서 가장 존귀하고 사랑하는 사람 뒤에 붙여지는 '님'으로 바뀌었다. 

왕조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각하.
연유도 모른 채 사용했던 이 호칭은 이제 역사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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