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차가운 물속에 사는 '얼음물고기'.보통 생물들이 이용하는 포도당이나 글리세롤 외에 소르비톨(sorbitol)이나 특수 당단백질을 이용해 바닷물이 얼기 직전 온도인 영하 1.8℃에서도 끄떡 않고 산다고 한다. 무척추동물과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은 변온동물이다. 변온동물들은 동면을 하거나 얼음물고기처럼 특별한 '부동액'을 사용함으로써 모진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사람 가운데도 변온 능력의 소유자가 있는 것일까.회사 바로 옆에 조그만 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는 벤치를 침대 삼아 밤을 보내는 여성이 있다. 이달 초 새벽 출근길에 그 여성을 처음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벤치 위에 솜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고 누워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이불 속 주인공이 60 전후의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 일요 야근을 하고 퇴근하던 길에서였다. 그는 늘 먼동이 트기 전에 이불을 챙겨 사라지곤 했다. 그러던 그가 하루는 다른 날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 주섬주섬 이불을 개고 있었다. 뒤엉킨 머리카락하며 때가 찌든 남루한 옷차림이 전형적인 노숙자의 모습이었다. 거의 매일 오전 5시40분께 그 곁을 지나치는 나로서는 그가 오늘도 그곳에 누워 있는지가 관심사가 됐다. 회사 동료는 그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 벤치를 잠자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겨울에 어떻게 밖에서 얼어죽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걸까 정말 궁금해졌다. 지난주에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C까지 떨어졌다. 제아무리 항우장사라도 바깥에 10분만 서 있으면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혹한이었다. 이 추위 속에 그가 벤치에서 자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이제 호기심이 아니라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도는 끄떡없다'고 추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편안하게 벤치 위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그 여인을 '변온인간'이라고 믿게 됐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해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것 말고는 그의 '벤치동면'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출근길에도 그는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무릎을 꺾은 반듯한 자세로 누워 편안하게 하늘과 만나고 있었다. 세상에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일이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