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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블로그 (신문동네 방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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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세상] 이희용 기자가 미디어 분야를 취재하며 쓴 기사, 기고, 토론문 등을 실어놓았으며 언론 동네 뒷얘기와 취재 단상도 곁들임. 방문자와 함께 미디어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마당으로 꾸미고 싶은 소망을 지니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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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이 맞을까, 쑨원이 맞을까 2013.02.18 09:58:21
[함께 생각해보는 한글 바로 쓰기]<11>

손문이 맞을까, 쑨원이 맞을까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해 과거인은 한자음대로, 현대인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과거와 현대를 가르는 기준은 외래어표기법이 규정하지 않아 아편전쟁이 끝난 뒤 맺어진 남경조약(1842년)설, 태평천국의 난(1851~1864)설, 신해혁명(1911년)설이 혼재됐으나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지침에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탄생 연도가 아니라 해당 인물이 주로 활동했을 때를 말하므로 '손문(孫文)'이나 '장개석(蔣介石)'이나 모두 '쑨원'이나 '장제스'로 쓰지요.

일반적으로 옛날 사람, 즉 공자나 유비나 이세민이나 왕안석 등은 모두 우리 한자음대로 쓰고 요즘 사람, 즉 덩샤오핑이나 마오쩌둥이나 주룽지나 장궈룽이나 시진핑 등은 중국어 발음대로 씁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양계초나 강유위 등은 애매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데, 량치차오나 캉유웨이보다는 양계초나 강유위로 쓰는 게 나을 듯합니다. 신해혁명 이후에 숨졌지만 주로 활약한 기간은 혁명 이전이니까요. 원세개는 신해혁명 이후에 총통이 됐으니 위안스카이로 적는 게 낫겠지요.

지명의 경우에는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장안, 임치, 연경, 건업 등),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베이징, 청두, 뤄양, 항저우, 카이펑 등)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씁니다.

그렇다 해도 글이 표현하는 시대의 배경이 과거라면 우리말로 표기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삼국지를 얘기하는데 뤄양이나 청두보다는 낙양이나 성도가 자연스럽고, 수호지를 얘기할 때는 카이펑보다는 개봉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요.

현재 지명과 동일하다 해도 한국 한자음대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합니다. 대만, 황하 등이 그 사례인데 이 기준에 따르면 톈안먼이나 완리창청이나 쯔진청보다는 천안문이나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이 자연스럽지요.

더욱 곤혹스러운 게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곳의 지명을 쓰는 겁니다. 외국 고유명사는 현지인의 발음에 가깝게, 즉 중국어 발음 표기법에 따라 적는 게 원칙이지요. 그런데 정작 그곳의 조선족들은 한자의 우리말 발음대로 쓰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연길을 옌지로, 연변을 옌볜으로, 흑룡강을 헤이룽장으로, 길림을 지린으로, 심양을 선양으로 쓰도록 정해놓았고 대부분 언론이 그렇게 쓰고 있긴 합니다.

한자어 지명, 인명은 모두 우리 발음대로 적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제가 봐도 꽤 일리가 있지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규정을 바꾸기 전에는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예외가 너무 많아지면 곤란하거든요.

룽징이나 옌볜보다 용정이나 연변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다고 해도 하얼빈을 합이빈이라고 하면 알아 듣기 어렵습니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같은 동북 3성 가운데 어디는 중국 발음을 따르고 어디는 한국 발음을 쓴다면 문제가 있겠지요. 조선족 비율을 기준으로 할 수도 없고.  

그래도 길림신문, 연변과기대, 흑룡강신문을 지린신문, 옌볜과기대, 헤이룽장신문으로 쓰는 건 영 어색하지요. 실제로 조선족들은 그렇게 읽거나 쓰면 화를 낸다고 합니다. 비약해 비유하자면 조선족의 우리 식 이름을 중국 발음대로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제 생각에는 조선족을 제외한 중국 사람이나 중국 지명은 중국어 발음 표기법에 따라 적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선족이 운영하는 신문이나 학교, 이들이 주축이 된 단체 등의 이름은 한자의 우리 식 발음에 따라 쓰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조선족의 이름은 당연히 우리 식 발음대로 적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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