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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블로그 (신문동네 방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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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세상] 이희용 기자가 미디어 분야를 취재하며 쓴 기사, 기고, 토론문 등을 실어놓았으며 언론 동네 뒷얘기와 취재 단상도 곁들임. 방문자와 함께 미디어 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마당으로 꾸미고 싶은 소망을 지니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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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구 사장과 김재철 사장의 같은 점과 다른 점 2012.05.21 11:23:43

강성구 사장과 김재철 사장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치킨 게임 양상을 벌이는 MBC 노사의 대립을 보며 1996년의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MBC가 사장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인 적은 여러 차례였지요. 이 가운데 가장 지금과 흡사한 사례가 그때였거든요.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 '망신 주기'에 주력하는 듯합니다. 이미 팟캐스트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설을 폭로한 데 이어 5월 14일 김 사장과 J씨가 범상치 않은 관계임을 시사하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J씨 무용단 후원 내역을 터뜨렸습니다.

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심야시간대 J씨의 집 근처의 식당 등에서 법인카드로 상당액을 결제했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 162차례 2,500만원에 이른다는군요. 
 
한 식당의 종업원들은 김 사장이 늘 '사모님'(부인)과 함께 왔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진을 보고 지목한 '사모님'은 다름아닌 J씨라는 겁니다. 이 식당과 또다른 식당의 종업원들은 김 사장이 음식을 포장해 가져간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 사장이 자신의 집과 멀리 떨어진 이곳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간 것은 가족이 아닌 J씨를 주려고 했다는 것이 노조의 추정이지요.
 
김 사장이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간 시기와 장소가 J씨의 행사 일정과 겹친 적도 많다고 하네요. 노조는 호텔 마사지숍 이용과 명품 구입에 법인카드의 결제가 빈번하게 이뤄진 것도 이것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습니다.   

J씨에게 몰아주기 식으로 지원했다고 추정되는 금액은 2005년 김 사장이 울산MBC 사장에 취임한 이래 7년 동안 20억3,0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노조는 김 사장이 J씨의 출연료까지 직접 정해 지시했으며, 아예 J씨를 위한 맞춤 공연을 만들라고 주문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김 사장이 J씨의 오빠에게 중국의 MBC 동북3성 대표라는 직함을 만들어 매달 300만원씩 지급한 것도 문제 삼았지요. 자격도 없는 인물에게 회사 직제에도 없는 직함을 주어 부당 지원했다는 겁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여러 차례 반박했습니다. 법인카드는 출연자 섭외 등에 쓴 것이고, J씨에게도 합당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지원했다는 겁니다. 노조가 폭로한 내용 가운데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펴고 있습니다. 

김 사장도 강공 드라이브를 누그러뜨릴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조직개편과 인사와 징계라는 권한을 휘두르는 것과 함께 재산 압류 신청과 고소 고발 등의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요.

경찰은 MBC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파업과 관련해 첫 구속자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제 시곗바늘을 1996년으로 되돌려 봅시다. 당시 MBC 사장은 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선임됐다가 그해 재선임된 강성구씨였습니다. MBC 기자 출신이어서 낙하산으로 분류하기는 애매하지만 마산MBC 사장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부친(김홍조 옹)과 친분을 쌓아 사장에 낙점됐다는 추측이 나돌기는 했지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강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MBC 노조는 사전 내정 의혹, 불공정 보도, 경영능력 부족 등을 내세워 파업을 벌였습니다. 노조위원장은 나중에 MBC 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을 지낸 최문순 강원지사였지요.

노사는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항간에서는 그 유명하다는 ‘강씨 고집’과 ‘최씨 고집’이 맞붙었다는 촌평도 등장했습니다.

강 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생활 문제였습니다. 노조는 강 사장이 마산MBC 사장 시절에 어떤 여인과 친분을 맺었고, 본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지요.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강 사장이 본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이에 불만을 품은 여자 쪽에서 노조에 제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사장 측은 그 여인의 입을 막기 위해 다소 무리한 방법을 동원했고, 그 때문에 더욱 분노가 폭발한 여인은 둘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노조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노조는 테이프의 공개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원하는 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자 테이프 내용을 폭로했지요. 이 일 때문에 강 사장은 코너에 몰렸으나 노조도 사생활 문제를 내세워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요. 

노사 대립 과정에서 사측은 최문순 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노조 간부들을 중징계하는 동시에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며 사법당국의 소환에 불응했으며 보도국 기자 150여명이 집단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지요. 

여기까지 더듬어보면 16년 전과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됩니다. 강 사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최창봉 사장의 후임으로 MBC의 수장이 됐다가 1996년 연임됐습니다. 

김 사장은 엄기영 사장이 중도하차하자 2010년 보궐 선임돼 남은 임기 1년을 채운 뒤 2011년 재선임됐지요.  

노조가 여자 문제를 제기해 사장을 압박한 것도 많이 닮았습니다. 위원장이 해직되는 등 노조 간부들이 중징계를 받은 것과 사측의 고소 고발에 따라 경찰이 노조 간부들을 수사하는 것도 일치합니다.  

반면에 확연히 다른 점도 적지 않지요. 

1996년 당시 MBC 노조는 4ㆍ11 총선(날짜까지 똑같네요)을 앞두고 총선 보도를 외면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파업을 풀고 복귀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사의 공감대가 마련되긴 했지요.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았습니다. 한번 풀면 투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도 있고, 야권에 유리한 쪽으로 총선 결과가 나오면 파업을 더욱 유리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르지요.  

일부 언론학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파업을 이유로 보도를 거부하는 것은 전문인들의 직업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의사들이 죽어가는 환자를 저버린 채 파업을 해서 안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지상파방송사들이 여권에 유리한 편파 보도를 일삼았고, 그것이 야권에 악재가 됐다고 아쉬워하는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 인사들도 있더군요.     

노동자의 관점에서는 파업을 지속한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파업이라는 게 노동자들이 작업을 멈춰 사용자를 압박함으로써 근로조건의 개선이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데, 총선이 국가대사이니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사용자 논리'에 가깝거나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이른바 '먹물 논리'라는 것이지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대주주인 방문진의 역할입니다. 당시 MBC 노조는 4월 4일 방문진과 6개항에 합의하고 이틀 뒤 업무에 복귀합니다. 6개 항에는 방문진이 책임지고 강 사장을 자진 사퇴하도록 한다는 것과 노조 비상대책위가 사법당국의 소환에 응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요.

노조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아니라 대주주와 합의한 것도 이채롭고, 방문진이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도 놀랍습니다.    

이번에는 야당 성향의 방문진 이사들이 김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했으나 여권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지요. 사장의 배임 횡령 혐의 등을 감사해달라는 노조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듯합니다.

당시 방문진 이사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김희집 씨였고, 지금 이사장은 삼성물산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기업인 출신 김재우 씨입니다. 이사 구성이나 이사회 분위기도 16년 전과 지금은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MBC 노조가 김 사장 퇴진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김 사장이 노조의 공세를 막아내고 버티는 데 성공할지 막판 기로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그 결말에 따라 1996년과 2012년 MBC 파업의 유사성이 더 많아질지 아니면 차이점이 더 늘어날지 판가름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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