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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세상] 경기도에서 사진기자 생활하고 있는 꺾어진 70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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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순간소멸은 없다. 2008.02.11 23:05:36

 

퇴근 후 다시 또 텔레비전 앞에서

마치 미국 9.11 사태 때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는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숭례문을 바라보는데 전화가 왔다.

광주에 계신 어머니다.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도 분노가 잔뜩 묻어 있다.


국보 1호 숭례문, 남대문의 에너지는 그렇게 사람들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지난 1월, 40명이 숨진 이천 화재 현장에서 깨달은 생각이다.


물리나 화학은 젬병이다.

그럼에도 단언하듯 말한다.

에너지의 순간적인 완전 소멸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삶, 혹은 숭례문과 같이 오랜 시간을 존재해 온 대상물은 그대로 하나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어느 한 순간 사라질 수 있겠는가.

물론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하지만 결코 한 순간은 아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40명이라는 에너지가?

6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발밑에 거느렸을 숭례문이?

결코 순간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

분명 다른 어떤 형태를 빌려서라도 에너지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천천히 사라져간다.


이천 화재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던 40명분의 에너지는 연기였다.

사탄의 얼굴처럼 화재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40명의 고통과 슬픔, 증오와 회한의 다른 형태였다.


사고 유가족들이 화재 현장을 찾았을 때도 죽은 이들의 에너지는 확인됐다.

가족들의 오열과 실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소멸이 아니다.

슬픔과 분노, 허탈과 체념에 이르는 살아 있는 가족의 정신적 감응은

죽음으로 사라져야 하는 화재 현장 속 40명의 또 다른 몸부림, 에너지였다.

사진기자는 가족들의 오열 속에서 죽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천 화재 현장 감식을 취재하던 순간이었다.

들어갈 때는 랜턴을 든 국과수 직원의 안내를 받았지만

나올 때는 동행한 선배의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야 했다.


그 때,

경찰이 건네줘 쓴 헬멧과 목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쓱 지나갔다.

바람이다.

아니 바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창고 내부다.

지붕으로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불에 탄 창고 안이다.

바람이 불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바람을 느꼈다.


다시 환한 곳, 진짜 바람이 통하는 곳에 나와 목 주변을 쓱 문질러봤다.

아무것도 없다.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에너지라 부르기로 했다.

사진기자를 불러 뭔가 기록하게 만들고자 했던

숨진 40명 중 한 명의 에너지라 생각키로 했다.

“미안합니다. 내겐 바람을 기록할 만한 능력은 없습니다.”



숭례문의 전소에 터져 나온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안타까움과 분노, 허탈, 그리고 부끄러움.

600살 먹은 에너지는 완전 소멸이 두려워

그렇게 사람들 가슴 속 진한 감정으로 형태를 전환시켰다.

안타까움을 느낀 이도 움직일 것이고

관리 부실의 부끄러움을 안고 있는 이들도 움직일 일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의 에너지 전환의 시작일 것이다.

꼭 그것을 과거를 통한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이라고 한정짓고 싶진 않다.

에너지는 그렇게 변해가는 것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의 순간적인 완전 소멸은 있을 수 없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한 에너지의 변화는 서글프다.

죽음은 그런 에너지 변화의 정점에 있다.

또 그런 정점의 에너지 변화 한 모서리에 사진기자가 서 있다.


이천 화재 현장에서도, 그리고 오늘 숭례문 귀퉁이에서도

다시는 그런 자리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진기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떼를 부려 가지 않고, 서지 않을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다.


사진은 수원 화성 팔달문의 오늘 소방 안전 점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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