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꽃 바구니를 들고 달리는 길에 비를 만난 미니버스는 진흙탕 앞에서 그만 멈춰섰다.
이런 날 깊이를 종잡을 수 없는 진흙탕에 빠지면 낭패다.
빗방울은 차량의 지붕철판을 `후두둑 후두둑' 강타하기 시작했다.
우기에 쏟아진 빗물이 차창에 환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신기루처럼 얼룩 거리는 창 너머로 `충북 아저씨'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모자에 박힌 `충북'은 분명 유칼립투스 나무그늘에 가려 어두컴컴한 아프리카 땅에서도 또렸했다.
이방인의 등장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 자리잡은 한국과 무슨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임에 틀임없었다.

충북아저씨가 등장한 곳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시내 외곽에 자리잡은 아핀초버 공원.
6.25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이 나라 참전용사들에게 헌화하기 위해 아디스 시내에서 어렵게 구한 장미꽃 바구니를 싣고 가던 길이었다.
일행은 참전용사와 가족, 친인천,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1주일가량 `사랑의 의료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차가 운행을 포기하자 다급해진 봉사단원들은 목표 지점을 향해 빗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충북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신기해 아저씨를 잡고 모자를 얻은 경위를 물었더니 이 곳을 방문한 해당지역 분들이 남기고 간 것이었다.

알고보니 충북 아저씨의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였다.
"살아 계시면 86세가 됐지요"
아버지가 참전해 싸웠던 한국의 인연이 30대의 아들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2006년 아버지가 싸웠던 것을 기리는 `공지천 한국전참전기념관'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가만보니 필자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 서로 스쳐갔을 것이다.
아직도 비무장지대로 갈라져 있는 `끝나지 않은 전쟁' 6.25전쟁은 문화와 정치 체계가 완전히 다른 에티오피아의 한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콩 심은데 콩나듯이 아프리카의 충북 아저씨는 문득 우리가 국제 사회에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 지를 생각하게 만기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