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홍천여고 3학년인 이현주 양을 취재하게 된 것은 삶을 사랑하는 태도때문이다.
대학 수시로 농촌에서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지만 건국대 수의학과에 합격한 현주 양은 소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S대 합격만 뉴스가 되는 세상'이지만 현주 양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학생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더 갚질 것 같아 축사를 찾아갔다.
지난 겨울 구제역 한파때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9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아버지를 도와 방역작업을 했다.
한여름 비가 쏟아질 때는 속옷까지 젖으며 사료를 주었다. 365일 하루에 두번씩 고생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꾹 참았다. 언 송아지를 거실로 데려왔으나 살리지 못했을 때 허전함도 느꼈단다.
여학생으로 생물 시간에 해부 실습을 해보기도 했다.
건국대 수의학과는 수의학 분야에서 유명하다. 현주 양은 점수 만으로는 이 학과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소를 키워온 아버지를 도왔던 사연을 비롯해 소 등 동물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자기 소개서 등에 담았다.
그리고 현주 양은 병석에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합격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현주 양의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에게 드린 마지막 선물이었다. 현주 양을 만난 날은 상을 치르고 학교에 처음 나온 날이었다. 현주 양은 부모와 함께 그날 행정기관을 찾아 할머니의 사망과 관련된 서류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현장을 뛰다보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저 혼자만 잘 되겠다는 욕심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욕심과 열정의 차이는 상대방이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현주 양의 말이다. "소를 키우고 강아지도 키워서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는데 구제역을 직접 겪으면서 매몰되는 소들을 보았어요. 저렇게 전염병으로 희생되는 가축이 불쌍하다는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현주 양의 학교 정문에는 얼마전 세상을 뜬 스티브 잡스의 말이 현수막에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