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늦게 알게된 `자충포장란'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3일 국산 김치의 기생충 검사 결과를 발표한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는 국내외 수십개 언론사 취재진이 몰리는 장사진을 이뤘다.
복지부 생긴 이래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이기는 처음이라는 소리도 흘러 나왔다.
국민들이 얼마나 큰 걱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장소였다.
오전 11시. 식품의약품안전청 김명현 차장이 입을 열자 그동안 걱정했던 우려가 사실로 바뀌었다.
국산 김치 16개 업체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기 때문이다.
식약청의 `중국산 김치 기생충 알 검출' 발표가 `김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초래한 것을 감안할 때 중국에는 `면목'이 없게 된 셈이다.
이어 새로운 내용이 발표됐다.
기생충 알이 들어있는 김치를 먹더라도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다.
감염을 일으키려면 애벌레 모양을 갖춘 자충포장란 상태로 성숙해야 하는데 이번 국내산 김치 뿐만 아니라 그동안 중국산 김치에서 검출된 기생충 알은 자충포장란이 하나도 없고 전부 미성숙 수정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식약청의 설명이었다.
식약청의 요청으로 발표장에 나선 윤희정 서울대학교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이번에 검출된 기생충 알은 인체에 들어가더라도 분변으로 배출되거나 소화된다. 나는 김치를 자신있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도 국산도 김치는 안전하다는 결론이다.
감염되면 구충제 하나 먹으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김치를 먹어도 기생충에 감염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진작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을 때부터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았는가.
아니면 원인이 나올 때까지 좀 더 검사를 충실하게 한 뒤 발표했으면 어떨까.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중국산 납 김치 검출' 발표 이후 식약청은 곧바로 `김치 안전하다'고 맞받아 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산 김치 기생충 검출'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산 김치 기생충 검출'로 사태가 확대됐다.
식약청은 국민의 위생을 지켜야 하는 파수꾼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치권의 공세에 휘둘리다보니 좀 더 길게 보고 차근 차근하게 정책을 준비해 진행하지 못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머무르다보니 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진 형국이다.
물론 이번 `기생충 알 김치' 파동을 통해 식품 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감심을 고취시키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게 된 것은 분명한 `수확'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 국내 산업 위축, 국가 위신 추락 등 잃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손해보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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