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곳은 불가사의한 땅이다. 4억 8천이 넘는다는 다양한 신만큼이나 불가해한 나라, 인도는 11억 명의 인적 자원, IT강국의 이미지와 카스트와 가난, 불결한 나라로 각인되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섣부른 고정관념을 버리고 힌두인과 동화되어 그들처럼 행동하려는 고행을 각오하고 떠나야만 인도란 땅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올라치면 그곳은 그저 불결하고 미개한, 믿지 못할 가난한 나라로밖에 보이지 않으리라.
인도 북쪽 귀퉁이에서 2년 정도 머물다 간 위대한 알렉산더도, 힌두를 죽이고 이슬람을 심으려 한 칭기즈칸의 후예들도 결국은 힌두사상에 흡수되고 동화되어 버렸다. 예수도 부처도 모두 힌두 신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는 나라, 인도. 수천 년을 이어온 카스트제도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이 나라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겨우 8일간, 그것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 델리, 자이푸르, 아그라를 보고 인도를 얘기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가 정작 본토는 밟아보지도 못하고 인도 여행기를 썼다고 하니 조금은 만용이 생긴다.

일단 인도에 가면 아직도 곳곳에 카스트가 살아 있음에 전율한다. 그리고 곧바로 신분상 불가촉천민으로 전락함에 씁쓸해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엄연한 신분제 사회에서 브라만도, 크샤트리아도, 바이샤도, 수드라에도 못 끼면 사실 청소나 도살만 안 할 뿐이지 불가촉천민이 됨은 당연지사. (참고로 인도는 아직도 인구의 15%나 차지하는 하리잔(Harijan) 또는 달리트(Dalit)라는 가장 밑바닥 천민이 반인권적 폐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인도 여행기를 쓰려고 했다가 맘을 바꾸었다. 일주일 주마간산으로는 여행기 명함 내밀기도 부끄러울 뿐 아니라 내 블로그 제목(색다른 투어리)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인도에 닿으면 곧바로 천민의 신분으로 전락하는 여행객들을 구원할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좀 더 사명감이 있겠다 싶다.

수도 델리에서 자동차로 4시간 정도 자이푸르로 향하면 자이푸르 40Km 못 미처 라자스탄의 소왕국 사모드 궁궐이 나타난다. 호텔로 개조한 이곳 궁궐에서의 하룻밤은 여러분을 단번에 천민 소속에서 왕의 신분으로 변모시킨다. 전쟁이 잦았던 이곳은 궁궐이라기보다는 요새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사모드 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궁궐이 나타나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사방에서 화살촉이 쏟아질 것 같은 묘한 기운에 식은땀이 흐른다. 안심하시라. 15년이 훨씬 지나게 호텔로 개조되었으니 전사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황금색 터번을 두른 멋진 라자스탄의 수문장이 왕처럼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마당과 계단에는 싱싱한 꽃잎으로 주단을 깔아놓고 팡파르를 울려 왕의 귀환을 알린다. 각국에서 모여든 왕들을 영접하느라 시종들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불가촉천민임을 내색하지 마라. 허리를 뒤로 꺾고 고개를 빳빳이 세워 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이 호텔 컨셉이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것. 양반문화가 몸에 밴 한국인들이야 곧바로 왕의 행세를 흉내 내지만 어디 서양인들 그러한가. 그저 감동에 젖어 들떠 행동하는 어설픈 왕 차림의 유럽 촌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최소한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하룻밤 30만 원쯤 하는 비싼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코쟁이들의 발길이 잦다.

대리석 돌기둥 문을 지나 미로처럼 얽힌 층층의 복도를 거닐라치면 자칫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느새 시종들이 나타나 길을 안내한다. 옛날 마하라자(위대한 왕)를 영접하는 방식으로 그야말로 최상의 서비스를 한다. 땡땡땡,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면 식사시간이다. 산해진미, 진수성찬,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짜파티와 치킨, 머튼 필라우, 각종 커리, 탄도리 치킨에 킹 피셔 한잔. 식사를 마치고 나와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다보면 달빛에 반사된 보석알들이 대리석 속에서 빛을 낸다.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것이다.


수백발의 축포로 시작된 축제는 매일 밤 펼쳐진다. 아마도 사막을 여행하는 나그네의 여독을 풀어줄 요량이리라. 보석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스위트룸, 달빛에 반사되어 출렁이는 연두색 수영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라자스탄의 전통춤과 인형극 등 공연. 여러분은 금세 시간을 거슬러가 라지푸트의 마하라자가 된다.
다음날 거대한 낙타를 타고 마을을 지나 사막을 가로질러 자이푸르로 향하다보면 어느새 뒤로 펼쳐졌던 저 멀리 궁궐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참조: http://www.samode.com/
